최원준내과

1. 정의

담췌관합류이상이란 담관과 췌관이 만나는 곳이 십이지장벽의 바깥쪽에 있고, 따라서 공통관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긴(1.5 cm 이상) 선천적인 담관의 기형입니다.

2. 증상

담췌관합류 이상이 있는 것만으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합병증으로 담관염이나 췌장염, 담낭암, 담관암 등이 생기면 각각 그 질병에 따른 증상이 나타납니다. 담췌관합류 이상은 주로 이러한 합병증이 생겨서 이를 진단하다가 우연히 발견됩니다.

3. 원인,병태 생리

담관과 췌관이 서로 만나서 십이지장으로 열리는 부위는 대단히 복잡하고 사람마다 차이가 많습니다.
담관과 췌관이 만나는 부위를 유두부 또는 팽대부라고 하는데, 사람마다 그 모양이 다양합니다. 이 팽대부 속에는 담관과 췌관의 맨 끝부분이 위치해 있는데 담관과 췌관이 서로 만나는 모양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담관과 췌관이 서로 만나 하나의 관(공통관)을 형성한 후 십이지장으로 열리게 되는데 이때 공통관의 길이는 대개 4~ 7mm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담관과 췌관이 1~2mm의 짧은 공통관을 형성하는 경우를 V 형(22%), 담관과 췌관이 만나지 않고 각각 십이지장으로 열리는 경우가 10% 정도입니다.
이 중 Y 형보다도 공통관의 길이가 훨씬 길어서 15mm 이상으로 긴 경우를 담췌관합류이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공통관이 길면 우리 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것을 알려면 이 부위의 기능을 지배하는 오디괄약근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오디괄약근이란 십이지장 쪽에 있는 담관과 췌관의 맨 끝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입니다. 오디괄약근은 총담관괄약근, 췌관괄약근, 바터 팽대부와 유두부괄약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유두부괄약근은 십이지장벽 안에 있으면서 담췌관의 공통관을 둘러싸고 췌액과 담즙이 각각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것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담췌관합류이상에서는 두 관이 만나는 부위가 십이지장벽 밖에 있고, 공통관이 비정상적으로 길기 때문에 이 공통관이 유두부괄약근에 의하여 조절되지 못합니다.
담췌관이 만나서 하나로 된 공통관이 유두부괄약근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두 관내의 압력차로 인해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게 되지요. 췌관 내의 압력이 담관보다 높기 때문에 췌액이 담관 내로 역류할 수도 있고, 또한 두 관의 합류 부위에서 담관은 상대적으로 약간 막힌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몇 십년 동안 만성적으로 있으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췌액이 담관 내로 역류하여 담즙과 섞이면서 발암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설도 있고, 이 췌액이 담관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담관이 막혀 있는 듯하니까 담관이 확장된다고도 하는데, 담관의 일부가 아주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경우를 담관낭종이라고 합니다.

4. 진단

담췌관합류이상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담관과 췌관을 모두 볼 수 있는 영상진단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내시경적 역행성 췌관조영술이 가장 좋고, 최근에는 자기 공명 담췌관조영술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내시경적 역행성 췌관조영술을 시행할 때 주유두로 방사선 조영 약물을 주입하여 담관과 췌관의 공통관이 보일 때 그 길이가 1.5cm 이상이면 담췌관합류이상으로 진단합니다. 이 때 동반되는 담관낭종이나 담낭암, 담관암 등이 있으면 같이 진단될 수 있습니다.

5. 합병증

담췌관합류이상 환자에서는 담관낭종 및 담관염, 췌장염 등의 양성질환이 생길 수도 있고, 담낭암 또는 담관암 등의 악성종양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췌담관형인 경우 담낭암과 연관성이 높고, 담췌관형인 경우는 담관낭종이나 담관암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관계암은 서양에는 드문 질환이지만 동양에서는 비교적 많은 편입니다. 과거에는 담관계암의 원인으로 담관계 결석이나 간흡충증 등이 대부분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담관계암도 많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담관계암의 많은 부분이 담췌관합류이상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담관암보다는 담낭암이 훨씬 많이 생깁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쳐 담관계암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보면, 아마도 담췌관합류이상에서 담낭암이나 담관암과 같은 암이 발생하는 것은 췌액이 역류하여 담즙 내에 발암물질을 만들고, 이러한 물질이 만성적으로 담도계의 점막을 자극해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담췌관합류이상을 가진 사람에게서 모두 담관계암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담낭암을 예로 말한다면, 담췌관합류이상이 있는 환자 중에서도 여자에게 많고,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생기고, 췌담관형인 경우에 많이 생깁니다.

6. 치료

치료는 담관염, 췌장염, 담낭암 또는 담관암 등의 동반된 합병증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러한 합병증이 없이 담췌관합류이상만 발견된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습니다. 최근에는 담낭암을 예방하기 위해서 예방적으로 담낭제거 수술을 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아직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담낭암은 담췌관합류이상이 있는 환자 중에서도 여자에게 많고,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생기고, 췌담관형인 경우에 많이 생기므로 이런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생각해 볼 만도 합니다.

7. 이럴땐 의사에게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고 특수한 검사를 하지 않고는 진단도 할 수도 없는 질병이므로 의사를 방문해야 할 특기할 항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