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내과

1. 정의

체내의 면역세포들이 자기의 갑상선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autoimmune) 질환'의 한 형태입니다. 그 결과로 갑상선 세포들이 파괴되고 갑상선에 염증세포(림프구)들이 모여듭니다. 따라서 이러한 염증 반응이 오래 지속되면 갑상선이 섬유화(fibrosis)되어 딱딱해지는 병입니다.
여기서 갑상선염이란 염증세포들이 모여 있다는 의미일 뿐 세균에 의한 염증, 즉 곪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만성 갑상선염은 하시모토 갑상선염(Hashimoto's thyroiditis), 하시모토병(Hashimoto's disease),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 (CHRONIC lymphocytic thyroiditis)이라고도 하며, 중년 여자에게 흔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5~10배 많습니다.

2. 증상

갑상선은 목의 앞쪽 맨 아래 부분에 기관(TRACHEA)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비 모양을 하고 있는 장기입니다. 정상적으로는 겉으로 만져지지 않지만 갑상선이 커지면 진찰 시에 만져질 뿐 아니라, 아주 심한 경우에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에 병이 있으면 많은 경우에 갑상선이 커지게 되는데 이를 '갑상선종(goiter)'이라고 합니다.
만성 갑상선염은 무증상의 갑상선종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갑상선이 전체적으로 커지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며 고무를 만지는 것처럼 단단합니다. 따라서 주위 사람이 목 부분이 튀어나온 것 같다고 해서 우연히 발견하거나 의사의 진찰 시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 병은 매우 흔하여 전 인구의 2% 정도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갑상선 질환입니다.
갑상선이 빠른 속도로 커지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도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목 부위의 불쾌감(이물질이 끼어 있는 것 같은 느낌), 목이 잘 쉬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만성갑상선염 환자에게서는 갑상선이 부분적으로 파괴되어도 갑상선에서의 호르몬 생성은 유지되므로 건강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게서는(약 10~15%)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정도의 갑상선호르몬을 갑상선에서 생산하지 못하여 대사가 느려지는 상태로 그 증상은 아주 모호한 경우가 많으며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피로감
• 체중 증가
• 피부가 건조해짐
• 추위를 잘 탐
• 모발이 뻣뻣하고 거칠어짐
• 목이 쉼(애성)
• 변비
• 피부가 누렇게 변색됨
• 기억력 감퇴
• 집중력이 떨어짐
• 우울함
• 월경량이 많아지거나 불규칙해짐
• 불임
• 근육통, 쥐가 잘 남
• 손발이 저리고 찌릿찌릿 함
• 맥막이 느려짐
• 체온이 낮아짐

3. 원인,병태 생리

정상적으로 우리 몸에는 '면역 체계(IMMUNE system)'가 있어서 감염원(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등)이 우리 몸을 침범했을 때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면역체계는 자기세포와 외부세포를 정확히 구분하여 외부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합니다. 즉, 외부세포가 체내에 침입하면 방어세포를 보내거나 '항체(antibody)'라는 것을 만들어서 외부 세포를 파괴합니다.
만성 갑상선염은 이 면역 체계가 이상적으로 작동하여 자신의 갑상선 세포를 외부세포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의 갑상선에 있는 갑상선세포들에 대하여 방어세포를 보내고 항체를 만들어서 갑상선세포를 서서히 파괴시키는 것이지요. 갑상선세포가 파괴되면 갑상선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공장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심하면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호르몬인 갑상선호르몬의 부족 상태, 즉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갑상선세포가 일부 파괴되더라도 남아 있는 갑상선세포에서 호르몬을 좀더 많이 만들고, 갑상선세포가 증식하는 등의 보상 작용이 일어나 우리 몸에 필요한 정도의 갑상선호르몬은 만들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됩니다.

4. 진단

만성 갑상선염의 확진은 갑상선의 조직검사를 해야 가능하지만 실제로 진단을 위하여 조직검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진찰, 특히 갑상선이 커져 있는지, 어떻게 만져지는지 촉진을 하고 혈액을 채취하여 갑상선 기능검사와 갑상선 자가항체 검사를 하면 대개의 경우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성 갑상선염 환자는 대부분 혈액 내에 갑상선세포에 대한 비정상적인 항체(갑상선 자가항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혈액검사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경우 약물(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하면 모든 대사 이상이 교정되기 때문에 굳이 확진을 위하여 갑상선 조직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5. 경과,예후

만성 갑상선염의 경과는 매우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정상 갑상선 기능을 평생 유지하고 그 자체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10~15%)에서는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이행되어 평생동안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해야 합니다. 어떤 환자는 일시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하였다가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갑상선중독증(혈액 내에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상태)이 생겼다가 회복되기도 합니다. 아주 드물게는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이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환자에게서 어떤 경우에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행하고, 어떤 경우에 정상 갑상선 기능을 유지하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특정한 경우에 질병이 악화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출산입니다. 다른 종류의 자가면역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만성 갑상선염은 출산 후에(3~6개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질환이 있는 여성들은 이 시기에 갑상선 기능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기능이 정상인 만성 갑상선염 환자가 일시에 다량의 요오드를 섭취하는 경우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성 갑상선염이 있는 상태에서는 일시에 고농도의 요오드에 갑상선세포가 노출됨으로 인하여 갑상선호르몬을 생성하는 효소의 활성이 억제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요오드 섭취를 제한하면 다시 정상 갑상선 기능을 회복하게 됩니다.

6. 합병증

만성 갑상선염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합병증은 갑상선기능저하증 입니다. 아주 드물게 만성 갑상선염이 있는 환자에게서 갑상선에 '림프종(LYMPHOMA) '이라는 일종의 암이 생기는 수가 있습니다. 만성 갑상선염으로 인해 갑상선호르몬을 복용중인 환자에게서 갑자기 갑상선이 심하게 커지는 경우에 의심을 하게 되며, 확진을 하려면 조직검사 등을 하여야 합니다.

7. 치료

대부분의 만성 갑상선염 환자는 정상 갑상선기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일부의 환자들이 이행하며, 초기에는 증상이나 진찰 소견만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갑상선기능검사(혈액 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를 어느 정도로 자주해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아직 논란이 있으나, 50세 이하이고 건강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2~5년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고, 50세 이상이라면 좀더 자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우리 몸의 대사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도의 갑상선호르몬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이므로 모자란 만큼의 호르몬을 보충해서 몸의 대사를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갑상선호르몬 제제는 오래 복용하여도 용량만 적절하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해야 하는지, 즉 적정 용량을 정하기 위하여 처음에는 수 주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에는 갑상선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므로 평생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났다가 회복되므로 약을 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진료나 검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약 복용을 중지하여서는 안되며, 설사 정상 기능으로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해보아야 합니다.
갑상선기능이 정상이더라도 갑상선종(goiter)이 큰 경우에는 크기를 줄이기 위하여 갑상선호르몬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8. 예방법

만성 갑상선염은 외부 요인에 의한 질병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말하면 병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만성 갑상선염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습니다.

• 가까운 가족 중에 갑상선 질환(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만성갑상선염)을 앓은 사람이 있는 경우
• 과거에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치료 받은 경우
• 만성 갑상선염과 잘 동반되는 질환 : 류마토이드양관절염(Rheumatoid rthritis),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Lupus), 악성 빈혈(Pernicious anemia), 제1형(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부신기능저하증(Addison씨병) 등

9. 이럴땐 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1. 갑상선종이 있을 때(목의 앞 쪽 아랫부분이 튀어나옴)
2.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이 있을 때 ([증상]란 참조)
3. 만성갑상선염 진단을 받고 갑상선호르몬을 복용중인 환자에서
4.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

• 임신을 하게 되었을 때 (약을 계속 복용하는 상태로)
• 출산 후(3 개월 전후)
• 다른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특히 제산제, 철분제제, 결핵 치료제, 항전간제 등)
•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
• 별 이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10. 생활시 유의사항

요오드는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나 어패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재료로 쓰입니다. 우리나라는 요오드 섭취가 많아서 요오드 부족으로 인한 갑상선 질환은 찾아보기 힙듭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 질환 환자는 요오드를 많이 섭취하여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상 갑상선기능을 가진 만성 갑상선염 환자가 요오드가 풍부한 다시마 가루나 정제, 다시마 차 등을 복용함으로써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오히려 만들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경과/예후 편)에 말씀드렸듯이 이러한 환자들은 일시에 과량의 요오드를 섭취하면 갑상선에서의 호르몬 생산이 지장을 받습니다. 따라서, 주위의 잘못된 건강 상식에 현혹되어 화를 자초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반대로, 만성 갑상선염 환자가 요오드가 풍부한 음식을 절대 먹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정도로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특히 갑상선호르몬을 복용중인 환자에게서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만성갑상선염으로 인한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들이 가장 명심하여야 할 것은 어떤 경우에도 처방 된 갑상선호르몬의 복용을 자의로 중단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하게 되면 증상이 호전되고, 따라서 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약을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임신이 되었거나 다른 약을 복용할 일이 생겼을 때 갑상선호르몬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자기가 복용하여야 하는 갑상선호르몬의 용량이 확정된 경우라도 가끔은 갑상선기능검사를 해서 적절한 용량을 유지해야 합니다. 갑상선호르몬 요구량이 몸의 상태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